뢰야3위(賴耶三位)
불교에서는 유정이 3계에서 윤회하는 원인이 번뇌에 있다고 본다. 유식유가행파에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가지는데, 다만 번뇌를 크게 번뇌장 · 소지장의 2장(二障)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모든 번뇌들의 근본에 근본무명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근본무명이란 바로 제7말나식이 제8아뢰야식의 견분(見分) 즉 인식작용을 자내아(自內我) 즉 자신 내부에 존재하는 영원한 자아로 오인함에 따라 생겨나는 아치(我癡)를 말한다. 그리고 아치를 바탕으로 하여 아견 · 아만 · 아애의 3가지 번뇌가 순서대로 생겨나며, 제7말나식은 이 4번뇌와 항상 상응하는데 이러한 상태가 인아견(人我見) 즉 아집(我執)과 법아견(法我見) 즉 법집(法執)을 일으키고 이들이 바탕이 되어 번뇌장 · 소지장의 다른 모든 번뇌 즉 근본번뇌와 수번뇌를 낳아 결과적으로 유정으로 하여금 3계를 생사윤회하게 하고 진여에 대해 미혹하게 하고 진여의 근본지(根本智)가 발현되지 못하게 한다고 본다.
한편, 유식유가행파에서는 이러한 무지의 상태, 즉 번뇌에 속박된 상태, 즉 번뇌장 · 소지장에 속박된 상태, 즉 진여를 알지 못하는 무명과 그에 따른 생사윤회의 상태는 아뢰야식이 본래 갖추고 있는 무루의 종자의 세력을 강화시켜 전의(轉依) 즉 전식득지(轉識得智)를 증득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전의(轉依)의 과정을 크게 아애집장현행위(我愛執藏現行位) · 선악업과위(善惡業果位) · 상속집지위(相續執持位)의 3위(三位) 또는 3단계로 나누고 있으며, 보다 세분하여서는 자량위(資糧位) · 가행위(加行位) · 통달위(通達位) · 수습위(修習位) · 구경위(究竟位)의 5위(五位) 또는 5단계로 나누고 있다. 또는 손력익능전(損力益能轉) · 통달전(通達轉) · 수습전(修習轉) · 과원만전(果圓滿轉) · 하열전(下劣轉) · 광대전(廣大轉)의 6가지(6단계가 아님)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들 중 아애집장현행위(我愛執藏現行位) · 선악업과위(善惡業果位) · 상속집지위(相續執持位)의 3단계는 수행이 향상되면서 모든 번뇌 즉 번뇌장과 소지장을 단멸함에 따라 일어나는 제8식 즉 아뢰야식의 질적 변화 또는 변형을 중심으로 하는 계위 구분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용어로 뢰야3위(賴耶三位)라고 불린다. 그리고 《성유식론》를 비롯한 유식학 논서들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전통적으로 뢰야3위는 제8식의 여러 명칭 가운데 아뢰야식(阿賴耶識, ālaya vijñāna) · 이숙식(異熟識, vipāka vijñāna) · 아타나식(阿陀那識, adāna vijñāna, 집지식, 執持識)이라는 3가지 명칭이 지닌 의미와 결부하여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3가지 명칭은 세친의 《유식삼십송》의 특정 게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인도 불교의 유식학의 총 3기 가운제 제2기의 논사인 세친의 《유식삼십송》가운데 아뢰야식의 상(相) 즉 아뢰야식의 본질 또는 성질을 밝히는 게송으로 아래 인용문에 나타나 있는 제2 · 3 · 4송이 있다. 《성유식론》은 인도 불교의 유식학의 제3기를 이루는 논사들인 유식 10대 논사들의 《유식삼십송》에 대한 주석들을 현장(玄奘: 602~664)이 호법(護法: 530~600)의 학설을 위주로 하여 번역 · 편찬한 것인데, 《성유식론》에서는 이 게송들을 제2 · 3 · 4권에 걸쳐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해석체계를 전통적으로 8단 10의문(八段十義門)이라고 한다.
이들 게송 가운데 제2송의 '첫 번째는 아뢰야식이고, 이숙식이며, 일체종자식이니라(初阿賴耶識 異熟一切種)'는 직접적으로는 제8식의 3상 즉 자상(自相: 아뢰야식) · 과상(果相: 이숙식) · 인상(因相: 일체종자식)의 뢰야3상에 대한 언급이지만, 제4게송의 '아라한위에서 버리네(阿羅漢位捨)'와 더불어 뢰야3위와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즉, 제2송은 뢰야3위에 대한 언급으로도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뢰야3상과 뢰야3위는 불가분리(不可分離)의 관계에 있다. 즉, 당연한 말로서, 제8아뢰야식의 체상 즉 본질[相]과 그것을 지혜[智]로 변형시키는 과정으로서의 수행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且初能變其相云何。頌曰。 初阿賴耶識 異熟一切種 3不可知執受 處了常與觸 作意受想思 相應唯捨受 4是無覆無記 觸等亦如是 恒轉如瀑流 阿羅漢位捨 |
우선 초능변식(初能變識: 제8식)의 체상[相]은 어떠한가? 게송(『삼십송」의 제2 · 3 · 4 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번째는 아뢰야식이고, 이숙식이며, 일체종자식이니라. 감지하기 어려운 집수(執受)와 기세간[處]의 요별을 갖네. 항상 촉(觸) · 작의(作意) · 수(受) · 상(想) · 사(思)의 심소와 상응한다. 오직 사수(捨受)와 상응하네. 이것은 무부무기성(無覆無記性)이니, 촉 등도 역시 그러하다. 항상 폭류(暴流)의 흐름처럼 유전(流轉)한다. 아라한위에서 버리네. — 《성유식론》 제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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