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4분류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와 대승불교의 유식유가행파와 법상종에 따르면, 모든 선(善, 산스크리트어: kuśala)을 그것이 생겨나는 원인에 따라 분류할 경우 승의선(勝義善) · 상응선(相應善) · 상응선(相應善) · 등기선(等起善)의 네 갈래로 나뉜다. 이 네 가지 갈래를 4종선(四種善) 또는 4선(四善)이라 한다.
상응선(相應善)
상응선(相應善)이란 본질상 무기(無記)이지만 자성선과 상응함으로써 비로소 선(善)이 되는 법(法, 특히 마음작용)을 말한다.
즉, 설일체유부의 5위 75법(五位七十五法)과 유식유가행파의 5위 100법(五位百法)의 법체계에서,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은 그리고 자성선의 마음작용들을 제외한 마음작용(심소법)들은 참(慚) · 괴(愧) · 무탐(無貪) · 무진(無瞋) · 무치(無癡)의 마음작용의 하나 혹은 다수와 상응할 때 비로소 선이 되며, 자성선의 마음작용과 상응하지 않을 때는 선이 되지 않는다. 즉,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과 자성선의 마음작용들을 제외한 마음작용(심소법)들은 자성선과 상응할 경우에만 비로소 편안하고 즐거운 과보를 낳는 것 또는 현재 · 미래에 걸쳐 자기와 남을 이익되게 하는 것, 즉 선(善)이 된다.
달리 말하면,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에 대하여 선심(善心), 선한 마음, 착한 마음 또는 선량한 마음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이 자성선 중의 하나 혹은 다수와 상응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마음작용(심소법)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신(信: 믿음)과 근(勤: 노력)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닌 무기(無記)인데, 참(慚) · 괴(愧) · 무탐(無貪) · 무진(無瞋) · 무치(無癡)와 상응하게 되면 비로소 선(善)이 된다. 즉, 편안하고 즐거운 과보를 낳는 것 또는 현재 · 미래에 걸쳐 자기와 남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된다. 말하자면, 믿음이 자성선과 상응할 때 비로소 그 믿음은 비로소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불교적 개념의 선한" 믿음이 되며, 노력이 자성선과 상응할 때 그 노력은 비로소 맹목적인 노력이 아니라 "불교적 개념의 선한" 노력이 된다.
즉,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관점에서는, 5위 75법(五位七十五法)의 법체계의 심소법(心所法: 46가지) 위(位)의 대선지법(大善地法: 10가지)에 속한 신(信: 믿음)과 근(勤: 노력)은 그냥 일반적인 믿음과 노력을 모두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5가지 자성선 중의 하나 혹은 다수와 상응한 상태의 믿음과 노력을 말한다. 이러한 점은 대승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유식유가행파와 법상종의 5위 100법(五位百法)의 법체계의 심소법(心所法: 51가지) 위(位)의 선심소(善心所: 11가지)에 속한 신(信: 믿음)과 근(勤: 노력)은 그냥 일반적인 믿음과 노력을 모두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5가지 자성선 중의 하나 혹은 다수와 상응한 상태의 믿음과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성질이 불선인 자성불선 등은 자성선의 법과 상응 자체를 할 수가 없으므로, 이들이 상응선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자성불선 등을 끊는 것, 즉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이 더 이상 자성불선 등과 상응하지 않는 것은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
이 노력의 진행 과정을 보다 자세히 서술하면, 자기에 대한 반성인 참(慚: 자성선에 속함)과 타인에 대한 반성인 괴(愧: 자성선에 속함)와 상응함으로써 그 결과 현재 상응하고 있는 불선과의 상응의 고리가 1차적으로 끊어진다. 그런 후, 다시, 현재 상응하고 있는 불선의 성격에 비추어 그것을 대치(對治)할 수 있는 성격의 무탐 · 무진 · 무치 중 하나 혹은 다수와 상응함으로써, 그 결과 현재 상응하고 있는 불선과의 상응의 고리가 2차적으로 끊어진다. 그런 후, 다시, 대선지법(大善地法: 10가지) 또는 선심소(善心所: 11가지)의 상응선들 중 현재의 불선을 대치(對治)할 수 있는 정반대의 선과 상응함으로써, 현재의 불선과의 상응의 고리가 3차적으로 끊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3차적인 끊어짐은 곧 불선으로부터 멀리 떠남[遠離]이며, 또한 이 멀리 떠남[遠離] 그 자체가 곧 여태 상응했던 불선과는 정반대의 선을 완전히 성취한 것이며, 달리 말하면, 악(불선)을 극복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 전체에 일관하는 원리는 악(불선)과 싸우지 않는 것이다. 즉, 오직 선과 상응함으로써 악(불선)과의 상응이 자연히 끊어지게 되고 이에 따른 결과를 일컬어서 악(불선)을 극복하였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악(불선)과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악(불선)에 무지하거나 악(불선)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1차적인 끊어짐이 생겨나게 하기 위한 참(慚)과 괴(愧)와의 상응, 2차적인 끊어짐이 생겨나게 하기 위한 3선근과의 상응, 3차적인 끊어짐이 생겨나게 하기 위한 상응선과의 상응은 모두 마음(6식 또는 8식, 즉 심왕, 즉 심법)이 현재 상응하고 있는 악(불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을 전제한다. 이런 면에서 선(善)뿐만 아니라 악(불선) 즉 잡염(雜染) 즉 번뇌(煩惱)에 대해서도 밝히 아는 것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리고 이것은 불교에서 번뇌론이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 선심소(善心所), 잡염심소(雜染心所), 번뇌(煩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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