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緣起
고타마가 보리수 밑에서 얻은 깨달음의 내용은 연기의 이법(理法)이라고 말해지며, 따라서 연기는 불교의 근본진리이며 불교에 의한 세계관·인생관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 반드시 불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고타마의 출세·불출세와 무관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의 진리, 보편 타당한 객관적 진리라고 하며 이것을 법이라는 말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든가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부처를 본다"라고 말한다. 즉 진리로서의 연기를 올바로 보게 된다면 불교를 이해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기란 어떠한 것인가. 연기란 "연(緣)해서 생겨나 있다" 혹은 "타와의 관계에서 생겨나 있다"는 현상계(現象界)의 존재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 있어서의 존재는 반드시 그것이 생겨날 원인과 조건하에서 연기의 법칙에 따라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연기의 법칙이란 3법인(三法印)이나 4법인(四法印)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서 '제행무상'에 의하면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생멸변화하고 있으며, '제법무아(諸法無我)'에 의하면 존재하는 것은 타(他)와의 관계없이 고립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상호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된다.
'일체개고'로서 현실의 방황하는 인생도 고정된 것이 아니며 지혜에 의한 올바른 실천에 의해서 욕망을 없앰으로써 이상(理想)으로서의 '열반적정(涅槃寂靜)'의 경지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상이며 무앙인 모든 현상이 변화하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양상은 결코 무궤도적인 것이 아니라 거기에 관계 변화(關係變化)의 법칙이 있어서 그에 따라 생멸하며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법칙이 연기의 법인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는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그것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생김으로써 그것이 생기고, 이것이 멸함으로써 그것도 멸한다"라는 말로써 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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