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법이
정이(定異)는 인과법칙은 우주적인 불변의 법칙으로 인간이 그 법칙을 거슬러 행하면 스스로를 해칠 뿐 인과법칙 자체가 유정의 생각이나 의도 또는 태도에 따라 변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여래(如來)조차도 인과법칙을 거스르거나 변동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여래를 비롯한 성자 등의 지혜로운 자들은 이러한 불변의 인과법칙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일치시킴으로써 보다 나은 삶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法爾)는 자연(自然) 즉 '저절로 그러함'을 뜻하는 불교 용어인데, 《유가사지론》 52권에서는 인과법칙의 이러한 우주적인 측면을 제법법이(諸法法爾)라고 말하고 있다. 즉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고 출현하지 않음에 관계 없이 제법은 본디 그러하다[如來出世若不出世 諸法法爾]", 즉 온갖 만물은 불변의 자연 법칙인 인과법칙에 따라, 혼란되어 서로 뒤섞이는 일 없이 제자리에서 운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불교의 인과법칙인 연기법(緣起法)에 대해, 고타마 붓다는 《잡아함경》 제12권 제299경 〈연기법경(緣起法經)〉에서 연기법은 자신이나 다른 깨달은 이[如來]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며 법계(우주)에 본래부터 항상 존재하는[常住] 법칙[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여래(如來: 문자 그대로는 '진리[如]로부터 온[來] 자' 또는 '진리와 같아진[如] 후, 즉 진리와 하나가 된[如] 후, 즉 완전히 깨달은[如] 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세상으로 나온[來] 자')들은 이 우주 법칙을 완전히 깨달은 후에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이 우주 법칙을 완전히 깨달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것을 12연기설 등의 형태로, 즉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세상에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有異比丘來詣佛所。稽首禮足。退坐一面。白佛言。 世尊。謂緣起法為世尊作。為餘人作耶。 佛告比丘。緣起法者。非我所作。亦非餘人作。然彼如來出世及未出世。法界常住。 彼如來自覺此法。成等正覺。為諸眾生分別演說。開發顯示。 所謂此有故彼有。此起故彼起。謂緣無明行。乃至純大苦聚集。無明滅故行滅。乃至純大苦聚滅。 — 《잡아함경》 제12권 제299경 〈연기법경(緣起法經)〉. |
이 때 어떤 비구가 고타마 붓다가 있는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고타마 붓다에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연기법(緣起法)은 당신께서 만든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깨달은 이[餘人]가 만든 것입니까?" 고타마 붓다는 그 비구에게 답하였다.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所作]도 아니요, 또한 다른 깨달은 이[餘人]가 만든 것[所作]도 아니다. 그러므로 연기법은 저들[彼] 여래들[如來]이 세상에 출현하거나 세상에 출현하지 않거나 항상 법계(法界)에 존재한다[常住]. 저들[彼] 여래들[如來]은 이 [우주적인] 법칙[法]을 스스로 깨달아 완전한 깨달음[等正覺]을 이룬다. 그런 뒤에, 모든 중생들을 위해 [이 우주 법칙을 중생들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형태로] 분별해 연설하고[分別演說] [중생들에게] 드러내어 보인다[開發顯示]. 말하자면, [나의 경우에는 12연기설의 형태로 이 우주 법칙을 분별해 연설하고 드러내어 보이는데, 나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純大苦聚, 즉 5취온]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純大苦聚, 즉 5취온]가 소멸한다'고 말한다." — 《잡아함경》 제12권 제299경 〈연기법경(緣起法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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