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現觀)
현관(現觀, 산스크리트어: abhisamaya)의 한자어 문자 그대로의 뜻은 '앞에 있는 경계 즉 대상을 관(觀)한다'는 뜻인데,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수행론에 말하는 현관과 유식유가행파의 수행론에서 말하는 현관은 서로 차이가 있다.
달리 말하면, 설일체유부의 번뇌론 및 수행론에 따르면 온갖 번뇌의 소멸은 오로지 4성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통찰에 의해 일으켜진[所起] 고지(苦智) · 집지(集智) · 멸지(滅智) · 도지(道智) 등의 무루지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이와 같은 무루지를 일으킬 수 있는 4성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관찰 또는 통찰을 현관(現觀)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상태를 일으키기 위해 행하는 이러한 종류의 수행 즉 관법(觀法)을 현관(現觀)이라고도 하는데 엄밀히는 전자, 즉 관찰 또는 통찰의 상태만을 의미한다.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수행론에 따르면, 성도(聖道) 즉 성인들의 길은 견도(見道) · 수도(修道) · 무학도(無學道)의 3계위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3도(三道)라 한다. 그리고 견도 이전의 단계들, 즉 범부가 성도(聖道)에 들기 위한 예비적인 단계들이 있는데, 이 단계들은 크게 3현(三賢)과 4선근(四善根)의 단계로 나뉜다. 3현의 단계 즉 3현위(三賢位)는 5정심관(五停心觀) · 별상념주(別相念住) · 총상념주(總相念住)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4선근의 단계 즉 4선근위(四善根位)는 다시 난(煖) · 정(頂) · 인(忍) · 세제일법(世第一法)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세제일법(世第一法)은 세간 즉 '범부의 상태 또는 계위'에서 가장 뛰어난 단계라는 뜻인데, 출세간 즉 '성인의 상태 또는 계위'로 들어가기 직전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4성제를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으로 통찰하는 무루의 현관[無漏現觀]이 성취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수행자는 성인의 지위에 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곧 견도(見道)가 성취되는 것이며 성도(聖道: 성인들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세제일법(世第一法)에서 낳아진 금강석처럼 단단하고 예리하며 아무런 번뇌(煩惱)도 수반하지 않는 무루혜로써 4제 16행상 전체를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으로 통찰하는 순간, 마치 해머를 내려치는 순간 바위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듯이, 견소단(見所斷) 즉 견도소단(見道所斷: 견도위에서 끊어지는 번뇌, 보다 엄밀히는 견도를 성취할 때 끊어지는 번뇌)의 번뇌가 완전히 끊어진다. 그리고 이후로는 수소단(修所斷) 즉 수도소단(修道所斷: 수도위에서 끊어지는 번뇌)의 번뇌만이 남게 된다. 이와 같이 무루혜에 의한 4성제의 현관(現觀)은 '일찍이 관찰한 적이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도를 보았다고 하여' 견도(見道)라고 한다.
즉, 무루혜(無漏慧)로써 4제 16행상(四諦 十六行相) 전체를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으로 통찰하는 상태, 즉 4제 16행상에 대한 무루 현관의 상태, 즉 견도에 의해 견소단(見所斷) 즉 견도소단(見道所斷)의 번뇌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를 증득한 수행자를 성문4과(聲聞四果) 중 예류과(預流果)의 성인이라 한다.
이 이후로는 수소단(修所斷) 즉 수도소단(修道所斷)의 번뇌, 즉 수도(修道)에 의해서만 끊어지는 번뇌들만이 남게 된다. 견도소단의 번뇌와 수도소단의 번뇌는 전자가 이지적인 번뇌인 반면 후자가 정의적인 번뇌라는 차이가 있다. 견도소단의 번뇌는 이지적인 번뇌이기 때문에 마치 해머를 내리치는 순간 바위가 깨어지는 것처럼 무루혜가 현전하는 순간 단박에 끊어지므로, 견도는 오로지 무루(無漏)에 의해 성취된다. 반면, 수도소단의 번뇌는 정의적인 번뇌이기 때문에 연근의 심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강성한 것(상상품)에서부터 시작하여 미약한 것(하하품)에 이르기까지 아홉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끊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修道)는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모두에 통한다.
예류과(預流果) 이후의 단계를 살펴보면, 수도(修道)에 의해 즉 다시 4성제의 현관을 수행하여서 수도소단의 번뇌 즉 정의적인 번뇌들을 점진적으로 끊어가게 된다. 즉, 수도(修道)의 단계에서의 현관에 의해 욕계의 수소단의 번뇌 중 일부를 끊으면 일래과(一來果)의 성인이 되고, 욕계의 수소단의 번뇌를 모두 끊으면 불환과(不還果)의 성인이 된다. 즉 불환과에서 비로소 욕계를 벗어나게 된다. 달리 말하면, 불환과를 증득하기 전까지는 비록 무루혜의 일부를 성취하여 성인의 계위에 들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욕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여전히 욕계의 번뇌, 정확히 말하면, 욕계의 수도소단의 번뇌에 의한 괴롭힘을 받는 상태이다. 이후 색계 · 무색계의 수도소단의 번뇌를 모두 끊으면 아라한과(阿羅漢果)의 성인이 된다.
이상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수행론에 따른 현관과 관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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