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티베트 불교는 밀교의 한 형태이다. 밀교란 '비밀의 가르침'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가르침'이라는 뜻을 가지는 현교와 대비된다. 현교가 언어 문자상으로 설시된 기본적인 소승, 대승 불교의 경전과 가르침들을 의미한다면, 티베트 불교와 같은 밀교는 7세기 경 인도 지역에서 작성된 불교 탄트라에서 따온 관점을 지녀 훨씬 더 비밀스럽고 고요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밀교는 사부(事部, kriya tantra), 행부(行部, charya tantra), 유가부(瑜伽部, yoga tantra), 무상유가부(無上瑜伽部, anuttarayoga tantra) 등 네 부파로 나눌 수 있다. 밀교 네 부파는 수행의례나 방법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부는 외적인 의례를 수행의 중심으로 삼고, 행부는 외적인 의례와 내적인 수행을 함께 중시하며, 요가부는 오직 내적인 수행만을 중시한다. 무상요가부의 가르침은 비교하여 설명할 것이 없다. 네 탄트라의 수행은 상응하는 근기를 가진 수행자에 근거하여 나눈 것이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나눈 것이 아니다.
현교, 다시 말해 바라밀승은 부처의 과위를 이루는데 삼아승지겁이 걸리는 반면 밀승을 수행하면 단기간 내에 자량을 쌓아 짧게는 한 생에도 불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밀교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미 현교의 수행차제를 두루 섭렵하여 근기가 성숙된 이라야 하며, 오직 불과(佛果)를 증득하고 싶다는 의욕을 앞세우거나,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수승하다고 자만하여 밀교 수행에 접근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탈을 염원하는 출리심, 다른 중생을 위하는 자비심과 보리심이 투철하여야 하며 공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밀교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격을 갖춘 법맥스승으로부터 관정(灌頂)과 구전(口傳), 구결(口訣)을 받아야 한다. 관정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법을 전해주고 전해받는 밀교의 독특한 의식이다. 이 의식을 통하여 밀교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스승으로부터 밀교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또한 스승의 구전(口傳)을 통해 수행법을 전수받으며 수행법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인 구결 역시 전해듣는다. 밀교 수행의 성취를 위해서는 특히 현교보다 더욱 큰 스승에 대한 믿음과 헌신을 가져야 한다.
밀교의 계율은 싸마야(三昧耶)라고 하는데, 밀교의 수행에 있어서 계율을 지키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관정은 먼저 계를 받고 이를 지킬 것을 맹세 한 사람에게만 수여 된다. 금강승의 보살계나 밀교계는 매우 엄격하고 지키기 힘들다. 아띠샤(Atisha) 존자는 본인의 삶 중에 '비구계는 조금도 어김이 없이 지켰고, 보살계는 간혹 지키지 못했지만 밀교계를 어긴 것은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과 같이 많다' 하였다.
티베트 불교에서의 명상은 밀교적인 시각화 명상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부처 혹은 보살의 모습을 정해 최대한 생생하게 시각화하되 물에 비친 달그림자같이 실체없는 공(空)으로 인식하고, 수행자 자신이 이러한 불보살과 일체화되고 이들의 깨달음의 경지와 하나됨을 느낀 다음, 마지막으로 이렇게 시각화한 모든 것을 지워버림으로써 집착하는 마음 없이 깨달음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다. 화려한 만다라를 만들고 이를 부숴 버리는 것도 이러한 수행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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